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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려도 고유가 계속된다…“공급망 복구 수개월”

중앙일보

2026.04.08 08:01 2026.04.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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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8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7% 가까이 상승한 5872.34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도 급락세를 보이며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뉴스1]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8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7% 가까이 상승한 5872.34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도 급락세를 보이며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뉴스1]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가면서 국제 유가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렸다. 고유가 위기가 가신 건 아니다.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공급망 복구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데다 전쟁 재개 변수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8일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5월물은 전날보다 16.2% 급락한 배럴당 94.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92.99달러로 하루 새 14.9% 하락했다.

하지만 시장은 휴전 합의를 공급 정상화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원유 공급이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금융투자사 필립 노바의 프리얀카 사치데바는 보고서에서 “휴전으로 해협이 다시 개방될 수는 있지만, 에너지 기반 시설이 입은 피해를 바로 복구할 수는 없다”며 “이번 분쟁의 진정한 비용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주유소 가격과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통해 지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거래 시장에선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백워데이션(Backwardation)’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인도받을 수 있는 원유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 현상을 뜻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브렌트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44.42달러로 1987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6월물 선물이 109달러 수준에서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30달러 이상의 괴리가 생겼다. 원유 선물은 통상 보관·운송 비용이 반영돼 현물보다 비싼 것이 정상이지만, 당장 공급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역전 현상이 생겨났다. 시장에선 해협이 열리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아시아에서 중동 원유 대체 물량에 대한 입찰 경쟁이 시작되면서 브렌트유 시장으로 부담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중동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최소한 올해 연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기관 분석도 이런 시장 반응을 뒷받침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7일(현지시간)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이 열리더라도 공급망이 완전히 복구되고 중동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연료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끝나면 즉각적인 가격 하락을 경험할 것이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담과는 다른 전망이다. EIA는 보고서에서 “우리가 해협이 닫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열리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며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국제기구는 잇따라 경고의 목소리를냈다. 이날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오는 13일 IEA·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 위기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이처럼 심각한 에너지 공급 차질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1973년(1차 오일쇼크)·1979년(2차 오일쇼크)·2022년(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위기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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